enjoy life

110405 우포늪.

pseudoZ 2011. 4. 12. 12:45

주산지에선 원체 이른시간이라 잘 몰랐는데 오늘 날씨 지인짜 좋구나야!

이걸 뭐라하지?; 암튼 하수구 덮개(...)같은 건데 이 동네는 하다못해 이런 것 조차 이쁘더라.

자아, 여기까진 진짜 좋았으나.
이놈의 가공할 길치능력에 덧붙여진 무모함과 똥고집이 마침내 참사를 만들어냈다. 분명 길은 아닌데 사람 하나 오갈만한 길이 나 있길래 이쪽으로도 갈 수 있나 싶어 들어선 길이 늪이었다. 말 그대로, 늪을 둘러보는 길이 아니고 그냥 '늪'.  한 발만 옆으로 내딛어도 푹푹 빠질 늪지고 오만 날파리들은 날 향해 날아들고 돌아가자니 지나치게 많이 와버렸고. 그래서 결국 깎아지르듯이 서 있는 옆의 산을 타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기어'올랐다. 잠도 못 잤지, 먹은 거라곤 챙겨온 포도즙뿐인 상태라 이미 체력은 바닥을 드러낸 지 한 참인지라 이성마저 뚝 끊기고 나니 그야말로 패닉. 이런데서 죽으면 발견도 못할거란 생각에 살고자 하는 의지 하나로 캔버스화따위로 산을 기어올라 숨 고르고 내 상태를 보니 진촤... 팔이며 얼굴은 죄 나뭇가지에 긁히고 옷에는 가시며 잔가지들에 낙엽까지 뒤범벅이다. 우포늪은 초반의 두시간을 빼면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공포였다.

그래도 끝까지 둘러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