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제주 나들이.
제법 바쁜 백수노릇하느라 나들이 한 번을 제대로 못 가보는 구나.
동생 결혼 전에 없는 틈을 기어이 내서 제주로 날아갔다. 간 김에 청산도랑 광주518묘역까지 둘러보고 오려했건만 기사가 필요하다는 동생님 콜에 일정을 접고 다시 인천으로 컴백. 도착하던 날부터 며칠간은 눈보라에 비바람까지 아주 제대로 최악인 날씨덕에 올레길은 포기하고 짬짬이 근처만 돌아다녔다. 쨍-한 햇빛이 비추기 시작하던 3일째즈음부터 올레를 걸었다. 바닷길을 따라 걷는 5코스 부터 시작해 10코스까지. 올레패스포트 스탬프 찍는 재미로 열심히도 걸었다.
6코스 지점 근처인 민중각에 짐 풀어놓고 새섬이랑 천지연 기정길 둘러보기로 첫날 시작.
앗차, 여긴 이중섭 거리. 사실 밥집 찾아 헤매다 보니 여기네. 요기도 6코스에 포함된 구간이라 패스.
4.3 기념관 찾아 가는 길. 정작 제주도 분들도 자주 찾지 않는 곳이라 숙소에서 부터 가는 교통편이 꽤 만만치가 않았다. 버스도 두 번을 갈아타고, 기사님이 좀 어중간하게 내려주신탓에 근 한 시간을 인적없는 길을 걸어야했다. 절물휴양림 근처긴한데 폭설로 인해 휴양림은 임시폐장상태. 오가는 차도 많이 없고 들리는 거라곤 까마귀 우는 소리 뿐인 길을 걷고 걷다 맘씨좋은 총각 차를 얻어타고 5분쯤 가니 기념관이 보인다.
민주주의 민족전선의 건국 5칙. 물론 2011년 현재까지도 이 60여년 전의 이데올로기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있다. 단 하나의 원칙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이놈의 대한민국은 그동안 대체 어떻게 굴러온거냐.
본격적인 올레길 걷기 시작. 진심으로 제주 올레길은 코스 한 구간 한 구간마다 볼 거리 즐길 거리, 느낄 거리가 넘쳐난다.
많이는 못 찍었다만, 제주에서 먹은 음식들은 하나같이 너무 행복하게 먹을 수있는 음식들이라 하다못해 숙소에서 참치캔을 반찬삼아 먹던 햇반과 컵라면마저 너무 맛있더라. 제주도착 첫날 먹었던 숙소인근 '네거리 식당'의 갈치국. 생선국이란 생소한 음식에 살짝 걱정이 들었는데 이건 진짜 안 먹어본 사람은 모를 맛이다. 갈치가 무슨 고등어마냥 두툼하고 국물도 담백하니 칼칼하고. 이런 음식 진짜 난생 처음이야, 진심 반했어T_T
요건 무려 아구회! 아구는 항상 찜이나 탕으로만 먹었는데 완전 색다르다. 코스요리라 좀 가격이 세긴했는데(60000원) 셋이 모여 갹출하니 많이 부담도 안 되고, 양은 셋이 먹기엔 느무많고. 결국 샤브샤브는 먹다가 포기했다.
+)아구 샤브샤브는 좀 느끼한데 나중에 들어보니 탕으로 내달라고 하면 샤브샤브대신 탕으로 준비해준다고;
숙소 옥상에서 모닝커피와 담배를 즐기다가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한라산에 반했다. 네팔 숙소에서 히말라야 보던 꼭 그런 느낌이라니까.
요기요기는.
시크릿가든 촬영지라는 씨에스호텔되시겠;
요 벤취가 현빈이랑 하지원 앉았던 벤취라고 다들 한 번씩은 앉아보는 바로 그 벤취랍디다 .
막 걷다가 요런 동굴이 있어서 우와우와~ 요럼서 통과해서 나왔는데 나중에 보니 들어가지 말라는 표시가 있넹. 킁; 막막 죄지은 기분이라 후다닥 지나갔다. 하지말라는 건 하지 말아야하는뎁.
제주엔 꽃이 피었습니다요. 동백꽃, 매화꽃, 유채꽃 등등.
꽃구경하며, 바다구경 하늘구경 산구경 하다보면 한 코스가 어느샌가 끝이난다. 올레는 심심할 틈이 없는 길이다.
올레는 요런 아기자기한 예쁜 게 많다. 뭔가 조심하라는 의미로 형광색으로 표시해놓은 계단인데 위에서 주욱 내려오면서 보니 또 그게 그렇게 예쁠 수가 없네. 사람이 좋은 곳에 있다보면 왜 좀 보들보들해지고 센치해지고 멜랑콜리해지고 등등의 간지러운 느낌이 좀 들잖아. 제주는 하나하나 보면 진짜 너무 예쁜 곳이라 어딜 둘러봐도 날 막 간지럽게 만들어.
바다색 하늘색이 진짜 어쩜 이래. 왜 좋고 예쁜 건 제주만 다 갖고 있는 거냐고 완전 샘나서 퉁퉁 거릴 정도로 진짜 끝내주게 이쁘더라.
오, 그리고 올레길엔 간세가 있습니다.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길치라는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나에겐 간세가 생명줄임;
그리고, 물론 제주엔 말도 있습니다요.
게다가 잠수함까지.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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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념관 찾아가는 길을 묻다가 만난 어르신. 연예인들 빰치는 패션센스에 놀라고 할아버지라는 사실에 또 놀라고 놀랐던 이 분의 정체가 뭘지 아직도 너무 궁금하다. 왼쪽 옆구리에 매달린 건 노란색 깃털같은 장식물인데 그걸 벨트마냥 팔랑팔랑 허리춤에 매달고 다니시더라. 아아, 어르신 대체 어떤 분이세요. 호기심천국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데 한 번 쯤은 나오셨을까요? 범상치 않은 패션이 멋져서 먼발치에서나마 도촬한 점 양해해주세욤 ☞☜